<복상사> 글쓴이: 나그네 날짜: 2004.06.17. 10:34:56 조회: 25 글쓴이IP: 211.212.230.16 삼십여년전의 그 날도 오늘처럼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바람마져 으시시하여 말이 유월이지 우리는 한기를 몹씨 느끼고 있었다. 이때에 선임인 박병장이 대포 한잔하고 가는게 어때?하고 말을 건네자 우리 일행들은 금방 눈이 반짝반짝하고 생기가 돌기 시작하였다. 속으로는 벌써 다섯시가 다 되었는데 귀대시간 늦으면 박살나는거 아냐? 싶기도 하고 사역나온 군바리가 돈은 누가 가지고 있나? 염려도 됐지만 설마하니 다섯명을 영창에야 보내겠냐 싶어 모두들 좋습니다 하고 복창을 했다. 이윽고 우리는 부대로 접어드는 사거리의 당진집으로 향하였다. 막걸리가 한순배씩 돌아가고 흥이 돋기 시작하자 영자가 틈바구니에 앉고 깡통상에 젖가락으로 장단을 맞춰가며 판은 신나게 돌아가고 있었다. "오동추야 달이 밝아 오동동이요------,야아 니도 한곡 뽑아야제,"-----여어업전 여얼다안냐앙,앗싸 야로 -----. 이미 귀대시간은 훨씬 지났고 돈은 한푼도 없고 술은 거나 해졌고,이 고장에 친척이 산다고 돈 만들려 간 이상병도 두어시간이나 지났고----.이제 우리 모두는 작살났구나 하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처음 발동을 건 박병장을 원망의 눈초리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민망한 박병장이 슬그머니 일어나서 자리를 뜨고 통 돌아오지를 앉는다. 이제사 보니 박병장옆에 메달려 있던 영자도 보이지를 앉는다. 고참 두명을 두고 도망치지도 못하고 우리 졸병 세사람은 술도 깨고 배는 고프지 부대에 들어가면 영창을 가게 될지 줄밧따를 맞아야 될지 속만 타들어 가고 있었다.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주점안 쪽방쪽에서 영자가 브라우스 단추도 못 끼우고 반라인 채 맨발로 뛰어나오며 큰일났다고 소리를 질렀다.파랗게 질러 헉헉되면서 박병장이 죽었다는 것이다. 뭣이라고!, 박병장이 죽었다고!! 후다닥 뛰어간 우리앞에 없어졌던 박병장이 옷을 벗은채 쭈우욱 널부러져 있었다. 아이쿠! 이제 우리 모두 다 죽었다,찬물을 먹이고 빰을 때리고 몸을 거세게 흔들면서 박병장님 박병장님 살아주세요, 제발 살아만 주세요,하고 눈물겹게 외치고 있었다. 이러기를 한 오분후 희멀건히 눈을 뜬 우리의 박병장 꼴방속의 꼴방문을 가리키며 "복상사,복상사",하고 다시 거품을 무는 것이었다.복상사란것이 저렇게 하다가 죽는 것이구나! 야 정말 무시무시한거구나.여자 조심하지 않으면 큰일 나는구나!!! 다시 우왕좌왕하는 우리들 앞에 갑자기 꼴방문이 벌컼 열리면서 복영수상사가 턱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으아악,"다다 다 안결". 우리의 눈앞에 부대최고 호랑이 복상사가 서 있는게 아닌가! 순간 우리의 심장은 멎어 버렸다. 꼴방에 갇혀 세시간이나 숨어 지내던 복상사가 한참 작업에 열을 올리던 박병장을 문사이로 째려보자, 이 인간이 그만 기절을 한 것이었다.그날 우리는 빗속에 연병장을 백바퀴나 돌면서 복상사는 소문대로 정말 목숨을 앗아 갈 정도로 무서운 선임하사관이고, 영자하고는 놀면 안된다는 것을 깊이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