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없는 생선 글쓴이: 리부다 날짜: 2005.11.04. 14:45:16 조회: 13 글쓴이IP: 61.74.111.147 고등학교때까지 나는 소고기 돼지고기를 먹으면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서 먹지를 못했다. 그러니까 자연히 단백질이라곤 생선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 나이에 서툰 젓가락질로 생선가시 발라 먹는 것은 생존을 위한 큰 도전이었으리라. 게다가 목에 가시가 걸려 캑캑거리며 야단법석을 떨며 당황한 적이 여러 번 기억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제삿날 먹어본 고기(생선)에는 가시도 없고 소고기나 돼지고기에서 나는 노랑내도 없이 맛이 기막혔다. 그 고기(생선)를 어른들은 돔배기라 불렀지만 나는 가시없는 고기라 불렀다. 그후로는 엄마한테 장날마다 그 가시 없는 고기 좀 사오라고 늘 졸라대기도 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그 고기는 (비싸서 못사면서) 아무 때나 먹는 게 아니고 제사 때만 먹는 거라고.... ( 아직도 나는 고기와 생선을 혼돈해 사용할 때가 가끔있다) 서울에서 생활한지 삼십 년이 지나니 요즘 내 입맛도 많이 변한 것 같다. 생선이 싫어 졌다. 구운 생선도 싫고 졸인것도 그리고 회도... 모두 비린내가 나고.... 그래서 요즘 집에서나 밖에서나 생선을 먹지 않았다. 그런데 지난 일요일 6기수 체육 대회 때 먹은 생선이 하도 맛있어 이름을 물어 보니 그게 바로 돔배기의 다른 이름(부위)이 두치(두루치)라 하데.... 그리고 그 돔배기가 상어과에 속한다고.... 그래 바로 이게 생선 맛이야 하며 .... 내가 지금까지 서울에서 먹은 생선은 전부 맛이 간 놈들이었어.... 어디 맛있는 생선을 찾아 가보자 마음먹고 엊그제 저녁 청계천 구경도 할 겸 피맛골(종로2-3가 뒷골목)에 있는 생선구이 집으로 갔다.(-친구소개로) 옛날 식으로 연탄불에 구워주는 꽁치와 자반이 너무 맛있어 밥을 두 공기나 비웠다. 주인 한테 생선을 어떻게 굽느냐고 물었더니 간이 밴 생선을 수돗물에 씻지 않고 굽는 단다.( 우리 집 밥쟁이가 반성하는 점.) 언제 부턴가 내가 생선을 먹다가 구역질이 난다고 생선을 굽지 말라고 한 이후로 우리 아이들도 생선을 잘 안먹는다. 그런데 우리 막내 녀석이 오늘 아침에 갑자기 “엄마 아빠 다음 주말에 경주에 할머니 제사 가시면 돔배기랑 콩잎파리 꼭 같고 오세요!” 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란 놈이 돔배기에 콩잎파리를 좋아 하다니..... 넌 내 새끼 맞구나.... ㅎㅎㅎ) 나에게 잃어 버린 생선 맛을 찾아준 돔배기! 어릴 때 나를 영양(단백질) 부족으로 부터 지켜준 돔배기! 언제 한번이라도 감포에 가면 생존해 계신 온전한 돔배기님의 자태를 볼 수 있으려나? ( 가시는 없지만 뼈대있는 상어 집안 출신이라니 더욱 보고 싶어진다.) 오늘 아침 출근하자마자 목에 생선가시가 걸린 환자를 보면서 문득 이런 말이 떠 올랐다. (“ 너희가 돔배기 맛을 알어?“) ---·‘대가리 없는 골프공’에 대한 보답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