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가시나야!! (1) 글쓴이: 시유심 날짜: 2005.05.26. 15:56:00 조회: 46 이 가시나야!! (1) 서악이 올린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 이야기는 그 유래가 어디에 있던 또 맞던 맞지 않던 간에 그 의미는 한번쯤 우리가 반추해 볼만하다고 생각되어 횡설수설해 본다.. “ 십년공부 나무아마타불”의 의미를 문자 그대로 세겨 보면, “십년을 열심히 불경을 공부하고 도를 닦고 수양하면 부처님에 귀의 할 수 있다..또는 부처님이 될 수 있다”로 해석된다. 십년을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어디든 한 분야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사회적 통념이 있고, 그리고 “나무”가 “귀의 한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음에서 볼 때 위의 해석은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정작 우리는 그런 뜻으로 사용하지 않고 “백번 잘하고 있다가도 한번 큰 잘못을 저질러 일이 수포로 돌아갔을 때” 이 말을 사용하고 있다..왜? 이렇게 그 의미가 반전 되어 사용되고 있을까? 나는 내 생각을 올릴 터이니 동무들은 아는 바가 있거나 들은바가 있으면 꼬리 달아 주기 바랍니다.. 중국 고전 특히 서경을 보면 하나의 한자를 두고 정반대의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가 종 종 있는 데, 예컨대 亂을 治나 理로 해석한다든지 하는 것이 그것이다..“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도 이런 한문의 반의적 구성원리에서 파생된 것이 아닐까? 아니면 정말 이종룡 선생님 이바구와 같이 ...참선과 불경공부로 오랜 고행을 하던 스님이 미모의 여성에 미혹되어 대사를 그르친 데서 유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그러나 그 민담이 그러한 의미를 갖게 된 연유를 나는 이렇게 유추해 본다.. 그 말의 원형은 아마 이럴 것이다.. “ 십년이나 공부해 왔는데..조금만 더하면 득도하는데.. 애고 내가 왜 이랬을고?......나무아미타불. ” 이 말이 원형인데, 스스로 실망하여 자괴심에서 흘러나온 말이다 보니 ...“십년공부 나무아미타불”로 다른 사람에게 들렸고, 그런 연유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 갔다는 의미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말이 하나의 속담으로 고착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보편성이 있고, 공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 점을 염두에 두면, 당시 그런 스님이 많았다는 것이다. 다시말하면 환속하는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불교가 국교로 존 숭되고 있던 시기...그 시기를 오늘의 눈으로 그 사회를 이해해서는 안 된다. 불교가 억불정책에 의해 피박받기전의 우리 나라 사회에서의 스님은 최고 지식층이요, 엘리트였다..오늘날에 비유하면, 여성들의 배우자감으로 인기 있는 계층인, 사법고시합격자, 의사,판사, 변호사,교수 등에 비유될 수 있다..처녀들은 스님을 오늘처럼 기피하는 것이 아니라, 우호적이었으며 가까이 하려 했다. 그러다 보니 처녀와 스님들간에 로맨스가 자주 일어나고 사회문제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하나의 속담으로 고착되지 않았을까? 처녀와 스님간의 로맨스의 사회적 보편성을 시사해 주는 자료가 있다. 그것은 “가시나“이다. (잠시 뒤에...계속) ====================== 요석가시나..(2) 글쓴이: 시유심 날짜: 2005.05.31. 12:31:46 조회: 79 글쓴이IP: 221.142.63.23 요석 가시나..(2) 경주 남산은 산 전체가 신라 문화유산의 보고라 할 수 있습니다. 내 디디는 한걸음 한걸음이 조심스러울 정도로 구석 구석이 문화재입니다. 남산에서 북쪽 산록으로, 즉 경주 박물관 쪽으로 흘러나온 곳에 동남산이란 조그마한 야산이 있고 그 산 허리에 감실 여래좌상이 있다..일명 부처골 감실여래좌상이다. 또 다른 말로는 할매 부처라고도 한다. 나는 이 부처를 여러 번 보았는데..마지막으로 본 것은 5-6년전이 아닌가 싶다..그런데 매년 볼 때 마다 그 느낌이 다르고, 그 온화함과 따스함에 감탄하게 된다.. 내 큰놈이 한국고대사를 공부한답시고 ..고적답사니, 동아리 누리밟기 회장을 맡았다고 하며, 걸핏하면, 경주 간다고 하길래..경주가서 할매 부처를 보았느냐고 물은 적이 있다..아니라고 하길래, 고적답사 계획을 다시 짜라고 한 적이 있다. 내 개인적으로는 불국사니 석굴암보다도 이 할매 부처야 말로 경주를 대표하는 유물이며, 신라사회를 가장 잘 설명해 주는 대표적 문화유적이라고 생각된다.. 이 부처는 다른 부처와는 달리 얼굴이 둥글고 평범해서 꼭 우리 이웃의 인정 많은 아주머니를 보는 듯하다. 곡선으로 처리된 둥근 얼굴에서 피어나는 온화하고 따듯한 웃음은 동쪽하늘에 새로 떠오르는 달님처럼 해맑고 훤하다. 이 부처를 바라보면, 신라 역사의 많은 부분이 설명된다. 마를 캐어 파던 총각 薯童이 선화공주를 얻은 까닭도 이해되고,.. 원효가 요석을 안게 되는 것도 ...신라에 여왕이 등장하는 이유도...원효가 토착불교를 확립하게 되는 필연성도 수긍하게 된다.. 일반적 부처님의 형상 즉 서방적 외모에서 벗어나, 이처럼 정 많은 이웃 아주머니 모습을 한 부처가 조각되었다는 것은 이미 신라 사회가 수입 불교를 소화하고 자주적 불교문화에의 길을 걷고 있었음을 말해 준다. 혹자는 이 부처의 모습이 선덕여왕일 것이라고 추론하는데,,매우 설득력이 있다..또...설화는 원효종의 계기를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대오한 데서 찾고 있지만, 신라사회는 이미 토착불교의 토대를 마련하고 있었음을 잠작케 한다. 이러한 신라불교의 흐름를 체계화하고 정립하여 완성시킨 것이 원효일뿐 이다.. 이 할매부처가 선덕여왕의 모습이던 아니던 간에 우리에게 제공해 주는 중요한 하나의 정보는 신라사회에서의 여성의 지위에 대한 것이다..부처의 형상에 여성이 모델로 등장한다는 것은 당시 여성의 신분이 낮지 않았음을 말해 준다. 여성의 신분이 높았다는 관점에서 보면, 신라비문에 여성의 이름이 남성과 대등하게 나란히 세겨지는 이유, 여성이 국신으로 숭배된다거나,제사장으로서 종교의식을 주제하고 있는 까닭, 세력있는 귀족의 딸 이름에 왕 칭호를 붙여 주고 있는 사유가 이해 된다.. 원효는 지금의 경산 사람입니다. 경산은 대구의 동변, 즉 삼국시대 신라의 서쪽 변경에 해당합니다.. 지금도 경산에 가면 三聖山이라고 있는데..원효 ,설총, 일연이 이 산의 정기를 받고 태어 낫어 부처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 향토사학자들과 주민들은 그렇게 믿고 또 자긍심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설총의 태생지는 꼭 경산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우리 일반적 가족사에서 제2세대는 일반적으로 아버지의 고향을 따른다는 점에서 보면, 설총도 경주에서 태어 났지만 아버지의 고향을 따라 경산을 자신의 고향으로 했어도 큰 잘못은 아닐 것입니다.. 경산의 옛 지명은 압독군으로 신라에 있어서는 매우 중요한 땅입니다. 이 지역의 고고유물을 보면 가야식 토기도 보입니다.. 즉 신라가 약할 때는 가야의 영토인 적도 있습니다. 또 김유신 김춘추가 정치적 위기를 타파 할 때에도 이 지역 군사력이 큰 힘이 된 적도 있습니다. 원효는 이러한 신라 요충지의 토호세력이 아니었나 짐작됩니다..그것은 신라 신분사회에서 원효의 신분이 육두품으로 되어 있고 또 출가 할 당시 재산을 털어 절을 지었다고 하고 있으므로 이 지역의 상당한 자산가 집안의 사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신라같은 신분제 사회에서 육두품 신분의 원효가 진골인 요석 공주를 탐내어, 구멍없는 도끼..운운 해서 ..요석공주를 얻게 되었다는 이야기나..원효의 높은 법력이나 인기만으로는 삼국유사의 기록을 그대로 납득하기는 어렵습니다...분명한 사료가 없으니 지금부터는 당시의 사회적 정황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가탁하여 하나의 추리 소설처럼 요석과 원효의 연분을 추적 해 볼 뿐입니다..분명 말하지만, 지금부터의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은 아닙니다...(계속..시유심 ^^) =============================== 요석가시나..(3) 글쓴이: 시유심 날짜: 2005.06.01. 14:15:46 조회: 74 요석가시나..(3) 신라 시대 여성들은 그 사회적 지위가 상당하여 재산상속도 남성과 같이 균등하게 분배 받았으므로 사회 활동도 매우 적극적이었으며,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삶을 살았다고 보아도 무방합니다..오늘날과 비교하여도 그다지 못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사료됩니다..그러다 보니 자력으로 큰 돈을 희사하여 사찰을 건립하거나 탑을 조성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이러한 사회 풍조에 걸맞게 성에 대한 의식도 상당히 개방적이었습니다.. 인류사적 관점에서 볼 때, 근친혼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회는 대체로 남녀의 성에 대한 규제가 관대했습니다..신라 왕실도 근친혼이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삼국유사를 보면 신라의 왕들이 민가의 여인을 탐하는 기록이 자주 보이는 데.. 이것을 윤리 도덕적 관점에서 성의 문란으로 파악하기 보다는 왕실의 근친혼에 기인한 하나의 성풍속도로 보아도 무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동(薯童)신화에 서동은 “선화공주님은 남몰래 사랑해 두고 서동을 밤에 몰래 안고 간다..”라는 노래를 서라벌 아이들에게 일러 주고 부르게 했다고 합니다..그리고 그것이 일시에 유행했습니다..그것이 유행했다는 것은 그 사회가 그러한 성관계를 수용하고 있었음을 역설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입니다. 무열왕 김춘추는 어떠합니까?..김유신과 공놀이 하다가 옷고름이 떨어졌는데..문희가 옷고름을 꿰메어 준 인연으로 자주 만나게 되고..그리고 임신했습니다..선덕여왕을 사랑한 지귀설화는 어떠합니까? ..신라사회의 성풍속도를 보여주는 사례의 백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 향가일 것입니다.. 서라벌 밝은 달에 밤들도록 노닐다가 들어와서 자리를 보니 가랑이가 넷이로구나 둘은 내 것인데 둘은 누구 것인고? 본디는 내 것이다마는 빼앗긴 것을 어찌하랴!! 요석은 무열왕 김춘추의 딸입니다..원효와 요석이 결합하는 시기를 정확히는 알지 못합니다..무열왕대에 원효와 만나고 있으니..654-661년 사이, 좀더 좁혀 이야기하면 무열왕의 즉위 초기일 것입니다. 그것은 뒤에 언급하겠지만 당시 국제관계와 연관되기 때문입니다.. 기록에 혼자된 요석을 원효에게 주었다고 하니..당시 요석은 남편을 잃고 혼자된 과부였던 모양입니다..무열왕이 서거 당시 59세였음을 감안하면 요석의 나이도 상당했으리라 짐작됩니다.. 요석공주의 남편과 시집에 대해선 알지 못합니다만, 일반적으로 공주가 출가하면 남편을 따라 궁밖에 살게 되는데, 공주가 왜 시집에 머물지 않고 궁 밖 문천교 부근의 요석궁에 기거했는지는 매우 궁금합니다..요석궁(?石宮)은 요석공주가 살아서 붙여진 이름이지만, 이 궁은 원래 진덕여왕 시대 지어진 것으로 진덕여왕의 막내 딸이 거주하던 곳입니다....그 간의 정황은 알 수 없으나 요석공주가 혼자된 이후 이곳에서 쓸쓸히 외롭게 지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30대를 넘어선 요석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불심에 의지하려고..자주 분황사에 내왕했으리라는 추론은 그럴듯합니다..분황사..芬.皇寺...향기로운 여왕의 사찰이니 요석은 당연희 여성의 기원이 담긴 분황사, 황룡사에 의지했으리라..원효는 황룡사에서 출가했으나, 해골바가지 사건 후 주로 분황사에서 거주하며 수도했습니다..물론 포항 오어사 등 다른 곳으로 옮겨 닫니기도 했었으나 주사찰은 분황사였습니다.. 남편을 잃고 과부가 된 공주는 조석으로 분황사에 가서 남편의 명복을 빌며 외로움을 달래고 있었지만, 어쩌다 눈이 부리 부리하고 헌헌한 원효를 만나게 되면 두근거리는 가슴을 어찌 하랴!...게다가 원효는 당대의 고승으로 “얼짱”, “몸짱“에다 학문이 높은 ”학짱“이었으니...어쩌다 원효를 보지 못하는 날에는 그가 그리워지고 그의 얼굴이 나몰래 떠오르는 것을....(계속..시유심) ================================ 요석가시나..(4) 글쓴이: 시유심 날짜: 2005.06.02. 09:29:49 조회: 78 글쓴이IP: 221.142.63.23 원효를 그리는 사모의 정이 가슴 벅차게 차오르는 날이면, 원효가 좋아하는 산채 비빕밥 이랑, 찰떡을 빗어 원효를 찾기도 하고, 때로는 아버지 마마가 중국서 가지고 온 명품 “보이차“을 들고 선방을 들락거리며, 제 ”보이차” 한잔 드세요...라고 했으나. ”세상의 모든 일이 자신의 생각에 의해 나타나고 살아진다는 것과 모든 진리와 법은 마음에서 난다” 라는 이치를 체득한 원효는 때로는 큰오빠처럼, 때로는 삼촌처럼, 때로는 아빠의 마음으로 예로써 자신을 대할 뿐이다... 무열왕 김춘추는 근간에 서쪽 하늘을 바라보는 시간이 많아 졌다..어제도 서쪽에서 봉화가 올랐다고 시랑이 전한다. 근자에 백제의 침입이 날로 성해가고 있기 때문이다..작년에는 사랑하는 딸과 사위 품석장군을 잃지 않았던가? 통일이 이렇게도 힘든 것인가? 쥐도 몰리면 돌아서 무는 법 ..최근의 백제가 그것이다..脣亡齒寒이라 했던가? 합천이 떨어지면 달구벌(대구)를 장담 할 수 없고, 대구가 넘어가면, 서라벌이 위험해 진다..서라벌의 마지막 보루는 압독군(경산)이 아닌가?... 압독군이라....통일을 위해 앞으로만 달려온 지략가 김춘추는 육감적으로 위험을 느낀다..만사 튼튼 이라 하지 않는가? 압독군은 한 때는 가야의 땅이요 , 신라의 변경지역이었지..변경의 민심은 여자와 같은 것.......백제가 강해 보이면 언제든 그 쪽에 기울 수 있다는 기우가 일어 난다. 김유신이 한 때 압독군 군주로 있었으나 그것만으로는 미덥지 못하다..그 지역 토호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할 필요가 있지...김유신을 오라고 해야 하겠구먼..좋은 수가 없을까..? 깊은 시름에 빠져 있던 무열왕은 “ 아바 마마” 라는 소리에 문득 생념에서 깨어 난다..언제 왔는지.. 요석이 뒤에 서 있다. 태종은 요석을 볼 때 마다 가슴이 아프다. 대야성을 잃고는 더더욱 그러 하다..“흠~~ 왔으냐 ” 하며... 딸을 바라 보니 근자에 얼굴이 더욱 수척해 진 듯하다. “어디 아푸냐?” ....“아니옵니다...”라고 하며 얼굴을 붉히는 요석을 바라 보니 더욱 가슴이 저며 오고, 죽은 딸이 생각난다.. 순간 태종의 머리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 그것은 원효였다...그래 원효..., 그는 압독군 사람이지..그래 화랑으로 있을 때부터 무애가 출중하고 학문이 뛰어났지..비록 신분이 낮았지만, 언젠가 내 크게 쓰려 했지....벼슬에는 영 관심이 없어 보이던...그..., 내가 품을 수 없는 큰 인물이지..그래 요석을 그에게 주어야 겠어.. 원효와 친한 사람이 누구더라..? 그래 김유신이 있지...“ 여봐라!!, 김유신을 들게하라..” 라고 소리 친다....(계속... 시유심) =========================== 요석 가시나...(5) 글쓴이: 시유심 날짜: 2005.06.06. 10:31:03 조회: 67 글쓴이IP: 221.142.63.23 원효는 어제 본사에 돌아 왔다. 최근에는 불경에 대한 연구와 저술에는 관심이 없다. 불법의 실천과 대중화에 심열을 기울리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한 달 전에 경주를 떠나 형산강을 따라 포항 오어사에서 혜공을 만나고, 다시 해안을 따라 울산에 이르러 영취산에 올랐다. 그리고 태화강을 거슬러 왕성으로 돌아 왔다. 영취산은 자신의 오늘이 있게 해준 배움의 땅이다. 선사, 고승들의 흔적을 찾아, 자신이 화랑의 굴레를 던저 버리고 불가에 든 초심을 반추해 , 불법 전파에 더욱 매진하기 위해서다... 교키가 아무 말없이 서찰 하나를 내민다. 교키(行基)는 일본 승이다. 자신이 쓴 <금강삼매경론>, <십문화쟁론>. <화엄경소> 등 불경을 읽고 감복해서 바다를 건너 배우기 위해 자신의 수발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원효는 교키를 볼 때 마다 자신의 시미 시절이 떠오른다..배움을 위해서 한없이 자신을 낮추고 고행을 감래하는 저 모습이 좋다.. 표지를 보니 “김유신 배상” 라고 써여 있다 오늘 아침엔 웬 일인지, 본사의 어귀에 있는 큰 오동나무에 까치가 울고 있다....특히 오동나무가 마음에 걸린다..오동나무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심은 나무라 하지 않은가? .그리고 까치라.. 홀연히 원효의 마음은 무거워 진다..요석공주가 떠 오른다. “보이차”를 달여 자신을 찾은 공주의 마음을 어찌 모르랴..당돌하게 보이차를 내밀며..얼굴을 붉히는 공주는 딸같이 귀엽고 지혜롭게 느겨 진다..원효는 섬돌을 닫고 선방를 나와 연못가를 걷는다..떠오르는 달처럼 훤하게 핀 연꽃위에 아침 이슬 방울이 구르고 있다..시 한수가 떠오른다.. 헤맑게 핀 연꽃에 이슬 한 방울 맑은 밤 저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 온 것 옥쟁반 위에 곱게 받아 놓으니 떼그르르 모없이 둥글고 등근 구슬이어라... ( 荷花一滴露, 淸夜墜玄天, 將來玉盤上, 不定始如圓 ) 그래 내 연꽃위에 구슬이 되리라.. “色則空이요, 空則時라, 時則變이요,變則水和요 水和則 無碍라”( 여색은 공허함이요 공허함은 곧 세월이라, 세월의 요체는 시변이고 시변은 곧 물처럼 동화하는 것이니, 水和는 바로 무애, 즉 거리낌이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 또 누군가 “法眼開處에 水流花開”( 깨달음이 열리는 곳이 물이 흐르고 꽃이 핀다) 라 하지 않던가..내 물처럼 만물에 동화하니 그것이 곧 부처가 아닌가? 마음을 정하니 문득 어린 시절 고향이 그리워진다.. 마음은 세월을 뒤돌아 고향으로 간다..압독군 지주의 아들로 태어나 꿈 많았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내가 국선화랑이 되어 얼마나 열심이 학문과 무예에 전념했던가? 그러나 신분의 한계를 극복 할 수는 없었지.....성골, 진골 신분의 화랑들은 무예와 학문이 나보다 못했지만 장군이 되고 낭중이 되어 입사하지 않았던가..? 그 때 내가 다짐하던 것이 무엇이었던가? 영전되어 가는 동기 화랑들을 보고 내가 무슨 생각을 했던가? 사람은 시련에 처했을 때 그 가치가 드러나는 법, 시련과 위기를 극복하고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큰 일을 할 수 있는 법..문왕은 강리에 유배되어 역경을 쓰고, 좌구명은 실명하여 좌전을 쓰고, 한비자는 다리를 잃고 오독편을 쓰고, 사마천은 궁형을 당하고 불후의 명작 사기를 쓰지 않았던가? 내 그들을 본받아 당시의 좌절을 딛고 화랑으로써 성공하려고 했지... 그런데 어느 날 밤, 꿈속에서 선사로부터 불경을 얻어 읽기 시작한 후로 현세의 공명보다 더 큰 것이 있고, 현세보다 더 큰 만겁의 세계가 있음을 알았지..그 이치를 터득하니 모두가 선망하는 화랑이 그 얼마나 초라하고 작아 보이던가?...그래서 내 나이 스물 아홉에 모든 것을 버리고 불가에 귀의하지 않았던가...내 유학길에 해골바가지의 물을 마시고 “마음이 곧 천하 만물”임을 체득하고 큰 도를 얻은 줄 알았는데..그것이 아니었구나.. 일심(一心), 그것도 나인 것을..나를 버리고 ,일심마저 버릴 때 그것이 무애요, 무위가 아니겠는가? 無碍, 無爲가 무었 인가? 무위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무엇을 하든지 간에 하늘과 땅과 사람에 구애됨이 없는 것이 아닌가...내가 공주에 구애됨은 그것 또한 무위가 아닌 것을...내가 사내임을 부인하는 것은 내가 자연의 일부임을 부정하는 것...천지만물의 조화를 부정하고 내가 어찌 성불 할 수 있으랴..내가 추구하는 화쟁사상의 본질이 무었인가? 나를 없애고, 파벌을 없애고, 상하를 융화하고, 사회를 융화하고, 민족을 융화하고 세계를 융화하는 것이지..그래서 이 불법을 이 세상 모든 억조창생에게 되돌리는 것이 아닌가... 상염에서 깨어나자 ..원효는 선방으로 들어가 시자에 먹을 갈고 한지를 준비하라 이른다..원효는 붓을 들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