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잃어 버린 추억을 찾아서 1 (동해일출) 동해일출 신작로를 따라 토함산을 향하여 오르는 길은 소란스러웠다. 조금전에 도둑기차탄 무용담으로 새벽 하늘아래 신작로는 온통 우리들의 세상이었지. 나의 귀는 친구들의 무용담에 맡겨 놓고, 마음은 자꾸만 멀어져 가는 눈같이 내리던 벚꽃의 향연에 매료되어 연신 고개를 돌리고 또 돌리곤 했었다. 산길을 오르면서 누군가 무서운 귀신 얘기를 하면, 나는 무서워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경계를 하면서도 겉으론 태연한척 했었다. 처녀귀신 얘기때는 나한테 닥치기를 은근히 기대도 했었다. 어디 나만이 그랬을까? 정상을 향하여 오르는 길은, 더러 무섭기는 했으나, 힘든 줄 몰랐다. 드디어 정상에 올라 일출을 맞이 하게 되었다. 그날 우리들은 정말로 운좋은 날이였다. 구름 한점없는 데다, 바람까지 엄서서 비록 멀리 있는 바다지만 , 누군가 세상에서 제일큰 파아란 비로도 이불을 펴 놓은것 같았다. 풀쩍 뛰어 푸욱 파무치고 싶었다. 일출감상문은 송강 정철어른의 관동별곡인가로 공식적으로 대체하고, 그때는 뭐가 뭔지 몰라 참으로 히안하고 미묘하다고 생각되었던 바를 오늘날 기준으로 잠깐 표현해볼까 한다 처음에는 파아란 비로도이불이 점차 불구스레 해지더니만, 온바다가 붉어졌지. 그걸 요새말로 피바다라 하는가 몰라. 쪼매 있으이 잘익은 여인의 젖꼭지 같더마.내사.그리고는 또 풍만한 여인의 엉덩이 같더이, 또 금방 여인의 그야말로 유려한 허리같이 변하더구마는. 젖꼭지위에 통통배가 올라섰을때는 저거 금방 불붇는거 아닌가 했다. 점잖은 송강어른은 차마 엉덩이라 모카고 요강이라, 풍만한 허리라 모카고 항아리로 표현했지 시푸다. 한 삼년전 부터 어릴 때 그렇게 히안하고 미묘한게 무엇이었을까 하고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나의 화두였지. 여인의 여체였다는것을 작년 2월달쯤 깨달았다. 세상에서 제일 풍만하고 유려한 여체! 그다음날 부터 숨겨논 연인이라도 보러가는것 처럼 가는길은 괜히 가슴이 설레이곤 했었다.바람난 수캐처럼 2년동안 열대여섯번을 갔었다. 그리하여 지난 7월 어느날 90점짜리 여인을 만났지. 나의 화두풀이는 정답이였다고 확인했다 금년 1월1일을 맞이 한다고 그믐날 저녁에 불국사 삼거리 부터 차가 밀려 대란이 났었다고 한다. 나는 속으로 "미친 놈들! 개때같이 몰리가면 보여 주나봐라!" 하고 욕했더니만, 못 본 모양이더라. 지금도 나는 가끔 만나러간다. 일출을 감상하고 내려 오는길은 엄청 고달폈다.불국사 입구까지 내려오자 모두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었다. 전부 호주머니를 턴 결과 12원인가 120원인가 있어 그걸로 건빵 2봉지 싸서는 아스팔트위에 퍼질고 앉아 건빵과 별사탕을 우리들은 똑같이 분배를 했었지. 그 순간은 정말로 엄숙하고 냉정했었지. 내생애 최고로 정신집중이 잘되었지 싶다. 그날이후로 그런 정신 집중을 해 본 적이 없다. 한사람앞에 건빵 7개, 별사탕 2개. 그것도 애껴머는다고..... 그러고 나머지 돈으로 시내버스를 탔었다. 나중에 차장아가씨 는 두사람 차비밖에 안된다고 시비가 되어 우리들은 기여코 안압지 부근에서 내려 걸어 와야만 했다. 그 아가씨 지끔도 그렇게 억척 스러울러나? 정말로 고달폈던것 같다. 지금도 배가 고파진다. 쓰라린 허기를 느낀다. ================================================================= 제목 : 잃어 버린 추억을 찾아서 (2) __ 영광의 상처(?) 우리들이 고3때의 사건이다. 무더운 여름날씨가 한풀 꺾이는 팔월의 마지막 일요일 쯤으로 기억된다.그날 오후부터 추정 추정 비가 내리고, 나는 저녁을 먹고 학교를 갈까말까 망설이다 비가 조금 적게 오는틈에 학교를 향했다.교실에 도착하니 나를 포함해 5,6명 정도 있었다. 밤9시가 넘어가자,비가 그치고 또 5명 쯤 더 왔었다. 밤 11시가 넘어 가자 늦게 온 친구중에서 누군가가 "배가 출출하다. 그졔?"하면서 동의를 구했다. 그러자 우리들의 주인공인 팔공산이 기다렸다는 듯이 맞장구를 치면서, 우리들은 모여 앉아 역적모의를 시작했다. 한사람이 숙직실에 내려 가서 숙직 선생님이 어느분인지 확인을 하고 나서 우리들의 시나리오대로 행동으로 들어갔다. 특공대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나는 엄청 마음고생을 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시절에 소심하기도 했고, 겁도 많고, 또한 아주 소극적인 성격을 가진것 같았다. 이것이 옳은일이 아닌줄 알면서도 만류할 생각은 못하고........ 하여튼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로 어물쩡 넘어 갔다.그러다 보니 내가 특공대에 뽑히면 어떻허나 걱정을 많이 했다. 다행이 팔공산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는 바람에 나는 특공대에 차출되지 아니했다. 30년전에 있었던 일이라,그특공대는 3명으로 팔공산외에는 두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리하여 동천동 어느 사과밭으로 특공대는 출발을 하고,남아 있던 우리들은 열심히(?) 공부를 했다. 우리들은 숙직선생님이 올라 오실까봐 내심 조마조마 했었다 12시가 넘었는데도 우리들의 특공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자 우리들은 배고픔도 잊어버리고 서서히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공부도 하는동 마는동...... 밤12시30분을 좀 지나서 어디서 아주 이상한 소리가 났었다 그소리는 아스라히 끊어졌다가 이어지고, 또 끊어지고...... 하더니만, 점차 크게 들려왔다. 그때서야 다른 친구들도 들었는지 모두들 "이게 무슨 소리고?"하며 궁금해 했다. 누군가가 "이거 귀신 우는 소리 아이가?" 하는 바람에 나는 겁이 들컹 났다. 그때부터 우리는 그소리에만 정신을 다 뺐기고 있었다. 그소리는 점점 가까워지면서,명확해지고 또 크게 들려 왔다. 우리들은 그제서야 귀신이 우는게 아니라 사람이 우는 소리로 확인이 되었다. 그라머 저사람이 이야밤에 왜 저렇게 울까 그것이 궁금했다.그사람이 우는소리는 아주 특이했다. "아야! 아야!" 하는 소리를 반복하면서 울었다. 울 학교 정문 쯤에서 소리가 난다 싶었다. 그때 누군가 "저거 상섭이 목소리 같은데?' 했다. 긴가 민가하고 있는데 그때부터 그소리는 들리지않다가 1분에 한번 정도 "아야"하고 마치 참고 참았던 비명같이 외마디 소리를 질러 댔다. 그러는사이 그소리는 3층 교실 턱밑에 온것 같았다.우루루 창가로 몰리가서는 불빛으로 누군지 볼려고 해찌만 3층 불빛으로서는 잘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교실 문이 열리면서 예의 그소리를 토해냈다.깜짝 놀라 뒤돌아 보니 상섭이가 얼굴에 피칠갑을 하고 나타난 것이다. "우예 된기고?" 하면서도 한편으론 "저놈이 장난치는거 아인가 " 싶었다. 가렸던 손을 떼는 순간 정말로 선혈이 쏟아 졌 다. 누군가 숙직실로 달려가서 보고하고 병원으로 가라고했다. 상섭이는 병원으로 갔다. 나는 피를 흘리는것을 보고 얼마나 놀랬는지 모른다. 순간 얼떨결에 장난아닐까? 했던것이 엄청 미안했다. 특공대 중의 한사람이 얘기하기를 사과밭에 들어가서 막 볼일을 시작하려는데 주인의 인기척에 놀래서 세사람이 혼비백산을 하고 뿔뿔이 헤어졌기 때문에 잘 모른다는 것이였다. 한시간쯤 뒤에 열몇 바늘을 꿰매고 상섭이는 나타났다. 숨겨놨던 사과 하나를 어거적 어거적 싶어가며 무용담을 늘어 놓기 시작했다. 사과를 따는데 인기척 소리가 났지만 친군줄 알고 하던일을하고 있었단다. 다른 두사람이 내빼는걸 알고도..... 또 한번의 인기척에 놀라 그제서야 급히 도망치다가 철조망에 걸려 넘어지면서 턱밑을 다쳤다 한다. 그런데 그날밤에는 인기척이 주인인지, 친구의 인기척인지 세사람이 갑론을박을 했었으나,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이튼날 아침에 관계자 아니 특공대 3사람은 교무실에 불려 가고..........더 이상은 기억하지 못한다. 그후로 30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그의 잘 생긴 얼굴에 얫날 흔적을 보고서는, 내마음이 싸아하게 아려오는 것을 느꼈다. 알고 싶은것이 있다. 1. 특공대가 3사람 맞나? 누구누군고? 2.그때 숙직선생님이 누군고? 3.아직도 인기척의 정체를 모르나? 4.교무실에 불리간거는 주인이 신고한게 아잉강? 5.교무실에 불리가가 우예된노? 궁금타! 아는사람 이바구 좀 해봐라. ================================================================= 제목 :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서(3) -걸쭉한 탁백이 한잔. 우리들의 고3때 일들이 추억에 제일 많이 남아 있는것 같다. 열심히(?) 공부하던 사이사이 짧은 시간에 스트래스를 풀겸, 했던 짓들이 그래서 기억에도 또렸이 나고 그때의 기분을 가끔 내어 보지만 ,그런맛이 통 안난다. 고3시절 9월 어느 토요일 저녁으로 기억된다. 야간 자습하던 교실이 3층에서 1층 도서관옆인가 아니면 교무실 하던 자린가 기억에 확실하지 않다. 확실한것은 본관 중앙현관으로 들어가서 좌회전하면 서편 중간쯤의 교실이다. 그런데 왜 공부하던 교실이 3층에서 1층으로 변경됐는지 기억에 없다. 혹 팔공산 사건때문에 글케 된게 아닐까 짐작된다. 그날 저녁 밤열두시를 넘어서자,권용우가 바람쐬러 가자며, 다른 친구들에게 추근거렸다. 그런데 그전에도 몇번 그렇게 하더니만 몇사람 나갔다오곤 했었다. 그날은 단골중에 몇사람이 빠져 성원이 안돼 나에게 까지 기회가 닿았다. 속으로 저것들이 바람만 쐬러 가는게 아닐것이다.뭔 딴뜻이 있는게 분명 한것 같아 혼쾌히 따라 나섰다. 그날의 멤버는 4,5명 정도였는데,권용우 밖에 기억이 안난다. 어렴풋이 황소와 팔공산이 낀긴것 같기도 하고, 하여튼 실명을 거론해서 안됐지만 권용우만은 분명하다. 다른 사람들은 즐거운 마음이였는지 모르지만, 나는 약간의 호기심과 두려움으로 긴장이 되었다. 정문을 나가서 화랑 초등학교 쪽으로 꺾어돌자 얼마가지 않아 어떤가게로 쑤욱 들어갔다.말없이 탁자에 삐잉 둘러앉자 바로 주전자가 따라 나왔다. 말없이 잔이 돌려지고 누군가 능숙한 솜씨로 따루는데 허연 막걸리가 구멍이 비잡도록 나오고 있었다. 아 아 이거 였었구나! 나도 모르게 손이 앞으로 나가서는 술잔을 턱 받았다.용우왈 괜찮겠니? 한다. 약간은 껀끄머리한 홀에서 허연 막걸리가 철철철 흘러 넘치는 그맛도 평생 지워지지 않는다. 지금의 그집쯤의 그집에는 고깃집이 있고 가끔 들러 그맛을 느껴볼려고 해보지만 안된다. 용우는 내심 내가 처음인줄알고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래서 나는 내고향이 촌이라서 국민학교 4학년때 부터 술 마셨다고 하니 그제야 안심하는것같았다. 술한되가 금방 금방 없어졌다. 누군가 이집은 "고로" 선생이 자주 오는집이라고 소근거렸다. 아마도 술이 한사람앞에 한되씩은 족히 먹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는 교실로 돌아오는 길은 정말 기분이 상쾌했다. 약간 알그리한 상태에서 맞바람을 맞으며 온몸을 내맡기니 절로 하늘로 붕 떠는 기분 아마도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짐작하기 어려울게다.이것이 체험 해본 사람의 기득권 같은것이다. 교실로 발뒤꿈치를 들고 살금 살금 들어와서는 ,나는 못할게 없는것 같았다. 그래서 홍성대 지음이라고 쓰여있는 수학정석2를 끄집어 내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날 저녁 밤을 세워 그책을 마스터 했다.글케 어렵게 느꼈던 수학이 마치 걸쭉한 탁배기 마시는 것보다 더 쉬웠다. 물론 그이튿날은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났지만. 그후로도 나는 그친구들이랑 서너번은 더 즐겼던것 같다. 끝. ===================== NO. 3520 도터소 2003-12-11. 07:45 조회 : 65 0 / 0 제목 : 수월산을 오르며 어느 날 친구들과 같이 수월산을 올라갔다. 이 땅에서 몇 번째 되는 높은 산이라고 했다. 水月山일까? 隨月山일까? 水月이라면 물에 비치는 달을 의미하는 걸까? 아니면 물에 빠진 달을 의미할까? 이산의 물이 그만큼 맑다는 의미일까? 隨月이라면 달을 쫓는 다는 뜻일까? 아니면 달을 따러간다는 뜻일까? 그만큼 높다는 뜻일까? 어느새 산 아래 도착했다. 친구들의 옷도 제각각이고, 신발도, 지고 온 배낭도 제각각이다. 한 친구가 수월산을 오른 적이 있다며 여러 등산로 중에서 다소 험하긴 하여도 시간도 단축되고, 이 계절에 정취가 제일 좋다는 길을 오르기로 하였다. 여러 지역에서 모인 친구들이라 우리들은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을 나누며 산길을 올라갔다. 각자 나름대로의 살아온 얘기들로 꽃을 피우며 오르던 산길은 중턱에 오르자 점점 경사가 심해지고 호흡도 매우 거칠어 졌다. 하나 둘 씩 말문을 닫더니, 모두 오로지 산길을 오르는 것에만 최선을 다하는 듯 했다. 산을 오르며 무슨 생각들을 할까? 올라오면서 삶의 찌꺼기를 다 털어 내어서인지 마치 묵언으로 정진하는 수행승 같다. 오래지 않아 정적을 깨트린 것은 한 친구가 길게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와 함께 좀 쉬었다 가자는 말에 모두 말없이 그 자리에서 잠시 쉬기로 했다. 젊은 여인이 중학생인 듯싶은 아들을 앞세우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올라왔다. 아주머니! 좀 쉬었다 가지요? 하고 권하자, 아들에게 경쟁심을 가르친다면서 우리 곁을 횅하니 지나쳐 올라 갔다. 산에 와서 산을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가르치는 듯했다. 산은 입구에서부터 있는 그대로 다 들어내 놓고 있었다. 초겨울의 산이라 발가벗은 산이 좋다고들 하면서도, 우리들 삶은 그러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들의 마음도 다 들어내 놓고 살수는 없는 것일까? 땀이 흥건한 얼굴로 정상에 오른 우리들의 얼굴이 너무나 맑아 보였다. 땀은 육신의 독소를 배출시킨다고 하더니, 마음의 독소까지도 배출시키는 가 보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각자 지고 온 배낭을 풀었다. 배낭 모양만큼 반찬도 가지가지에다 맛은 더욱 그랬다. 각자가 지나 온 세월은 달라도, 삶의 길이 다를 지라도, 생의 정상에 오르는 것하고는 무관한 것이 구나하고 짐작해 본다. 산 아래 내려오니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많았다. 생활의 쓰레기가 아니라 차라리 마음의 쓰레기로 가득 했으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돌아가는 길에 마음의 쓰레기만 되가져 가는 가 보다. 산을 오르면서 무겁게만 느껴졌던 배낭이 한결 가벼워 졌다. 불교에서는 업(업보, 업장)이라는 것을, 기독교에서는 원죄를 가지고 세상에 태어난다고 한다. 산에 올라갔다 내려오는 나의 배낭처럼, 그 업이란 것도 고행으로 벗어야 하는 마음의 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