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2728 나그네 2003-06-02. 13:25 조회 : 22 제목 : 교리 칠바우를 아시나요? 종로길을 가는데 몸놀림이 몹씨 불편한 장애인이 앞에서 고통스럽게 발자국을 옮기고 있다. 어째 성큼성큼 앞서기가 민망스러워 가만이 뒤따르다가 문득 어릴때의 교리 칠바우 생각에 마음이 날개를 단다. 칠바우는 요즈음 말로 하면 중증 중복장애인이였다. 한팔은 니은자로 접혀졌고 한다리는 발목에 힘이 없어 걸을때면 흔들거렸으며 가끔 채머리마져 흔드는 아주 심한 상태이였다. 요사이 같으면 이 정도면 동사무소에서 보호대상자가 되고도 남았을텐데, 전에는 그런 제도가 없던 시절이라 그 몸으로 생업에 종사할수 밖에 없었다. 상태가 그럴진데 무슨 일을 제데로 할수 있으랴 마는 칠바우는 물불을 가리지 않고 행상을 하는 대단한 의지의 사나이였다. 행상을 하려고 멀리, 골목에 그가 나타나면 철없는 우리 어린것들은 놀거리가 만만치 않던 시절이니 그가 가진 물품이 오죽이나 궁금하고 재미가 있었을까, 우루루 마치 닭장에 모이통 들고 들어가면 달구새끼 모이듯이 졸 졸 뒤딸아 다니면서 그를 성가시게 했던 기억이 새롭다. 칠바우는 집이 교리에 있었는데 몸이 그러하니 자전거도 타지 못하고 오로지 다리품을 팔면서 살아야만 했다. 봄 가을에는 수학여행온 학생들을 따라 빨뿌리,쓰미기리, 라이타, 볼펜등 관광기념품을 들고 첨성대 안압지등을 다니며 행상을 했고 여름이면 어김없이 아이스케키통을 성한 어깨쪽에 메고 침몰해 가는 타이타닉호의 자세로 아이쯔께끼,아이쯔께끼를 온전치 않는 발음으로 토해내고 다니셨다. 그때에는 돈 내고 먹는 아이스케키보다는 비루병,비닐우산,고무신,머리카락등을 내고 바꿔 먹는게 더 많았으니 한 통을 다 팔아도 그의 짐이 줄기는 커녕 오히려 늘어났을텐데, 찔뚝거리면서 내색도 없이 걸어 다니는 그의 삶의 무게가 오죽이나 무거웠으랴? 한번은 성냥공장의 공원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칠바우옆에 둘러앉아 아이스케키를 먹기 시작하는데,이 사람 저 사람이 뚜껑열고 막 짚어가니 순식간에 통은 바닥이 나버렸고 돈은 낸 사람 안 낸 사람이, 구분 없이 한꺼번에 흩으져 버렸다. 아니나 다를까 손사레를 치면서 사라져가는 공원을 그가 잡으려고 바둥거렸지만 그 몸으로는 중과부적이였다. 몹쓸 인간들이 사라져버린 골목을 멍하니 쳐다보던 그의 눈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고, 우리의 어린 가슴들도 얼마나 아팠는지 저녁밥맛도 다 없었다. 그는 한겨울에도 어김없이 행상에 나섰다. 찬 바람에 귀볼떼기가 바싹바싹 얼어가는 날도 약밥이나 차아알뜨어억을 외치고 다녔다. 찬 바람이 문풍지 사이로 쌕쌕이 소리는 내는 날은 우리 어린 가슴에 그의 모습이 물여울처럼 아리어 나갔다.그는 이뿐만이 아니였다. 우리가 소풍을 가면 늘 우리 뒤를 따라왔고 가을운동회때에도 항시 학교에는 우리보다 먼저 와 있었고 신라문화제때에도 고성 숲에 제일 먼저 터를 잡곤 했었다. 풍문에는 돌아가셨다는 소문도 들리고 장가 들어 아들 딸 낳고 지극정성으로 노부모 공양하며 효도하신다는 소리도 들리고, 아뭏튼 이 어른이 계시면 일흔은 다 되 가실텐데----- 객지살이하는 주제에 온갖 안부가 죄다 무척 궁금하다. 아무쪼록 하늘에 계시면 이승의 고통 다 잊으시고 극락왕생 하시옵고 생존해 계시면 늘 행복하시길 기원드립니다. 언젠가 한번 만나 뵈오진다면 팔우정 국밥집에서 해장국에 탁배기 주전자놓고 걸어오신 긴 소설같은 여정에 존경심을 표하며 서라벌 새벽별을 보고 싶습니다. 이 어른을 생각하면 새삼스러이 늘 미안스럽다. 사지가 멀쩡한데도 나는 이 어른의 십분의 일도 못 써먹고 반납해야하니_______ ================================= NO. 20 강산바람 2003-06-02. 16:16 조회 : 49 0 / 0 제목 : [Re] 교리 칠바우를 압니다. 교리칠바우...아 그가 아직도 갱주에 있을까??? 나는 영천서 경주와서 처음 살던 곳이 교린데 그곳에서 칠바우를 보았고 오래 동안 그가 불편한 몸으로 갖은 행상을 하며 힘들게 살아 가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