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엄마 글쓴이: 동악 날짜: 2005.12.26. 00:27:28 조회: 153 글쓴이IP: 220.89.154.233 우리 엄마가 하늘나라로 가신지가 어언 5년이나 흘렀건만 지금도 나는 잠에서 깨어나면 어떤 때는 엄마가 아직 생존해 계신걸로 착각할때가 많다. 잊혀져 가야할 엄마생각이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더 그리워지는것은 어떤 연유에서일까? 울 엄마는 밀양 박씨다. 석계가 고향 그래선지 마을에서 불려진 이름은 돌계댁이었다. 층층시하에 재산도 없는 촌부의 맏며느리로 시집왔다. 가족은 대가족(머슴까지 15명정도) 나는 내가 태어나서 철이 들기까지 울 엄마가 낮이던 밤이던 잠을 자는 모습을 본 기억이 지금 생각해보면 없는 것 같다. 밤이되면 몇시간만이라도 주무셨겠지만 항상 나는 먼저 자고 늦게 일어났으니 알리가 없었고 그만큼 부지런하셨다는 이야기다. 봄에서 겨울까지 사시사철 한시라도 놀고 계시는 모습을 본적이 없다. 봄이되면 산넘어 재넘어 호미하나들면 뭘하러 다니시는지 해가 빠져서야 돌아오신다. 저녁밥지으러.... 해마다 오는 여름이면 검은 치마에 삼베적삼 사이로 콩죽같이 흐르는 땀을 닦으시며 금방 길러온 우물물에 보리밥 한그릇 말아드시고는 곧장 호미하나들고 나가시는 모습이 지금도 아련하다. 그토록 부지런하신 엄마덕택에 해마다 가을이면 우리집은 풍성했다. 감,사과,고구마,등등... 타작을 하고 나면 마당 양옆에는 크고 작은 뒤주가 덩그렇게 자리잡고있었다. 겨울이 되면 농촌사람들은 거의 쉬는 계절이다. 그러나 울엄마 일손은 더 바빠졌다. 그 일손이란 겨울은 밤이 길어 주로 밤에 이루어진다. 기나긴 겨울밤 호롱불밑에서... 그 때만해도 겨울철에 주로 시집,장가를 들어 꽤나 촌부자였던 울 엄마는 사흘이 멀다하고 감주,두부,메밀묵으로 물부조를했다. 두부를 만들려면 콩을 멧돌에 갈아야지,감주를 삭혀야지,엿을 만들려면 엿기름을 달여야지 때로는 식구들 떨어진 내의랑 양말도 기워야지 그러다보면 기나긴 밤도 다가고 새벽 닭이 운다. 바로 주무시기는 커녕 곧바로 아침지으러 나가신다. 엄마가 생전에 항상 하신 말씀은 시집와서 길흉사 큰일만 서른번 넘게 치르셨다고 한다. 이렇게 부지런하고 훌륭하신 부모님 삼형제 막내로 태어난 나는 마냥 행복했지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늘 말썽만 부렸다. 울 엄마가 내게 지어준 별명이있다. 공부나 일에는 배돌이,먹는데는 악돌이,집에는 곰돌이라고... 세월이흘러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는해 어느 겨울날 오호 통재라! 아부지가 갑자기 중풍으로 쓰러지셨다. 엄마도 충격으로 병을 얻으셨다.(59세 동갑) 그날후로 부모님 병환을 고치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30년동안 고생만 하시다가 5년전에 89세 일기로 부모님 모두 하늘나라로 가셨다. 울아부지는 없는집 장손으로 태어났지만 기골이 장대하고 농사를 신처럼 잘지으시는 신농씨이셨다. 농사꾼이셨지만 인품도 좋아 마을에서 으뜸가는 어른이셨다. 지금 보문 남촌마을 입구 포장도로를 죽따라 올라가다 보면 첫다리에서 보이는 그 곳 주변 거의가 밭,논,임야등 수만평을 다 울 아부지가 그어려운 환경에서도 해마다 조금씩 싸서 일궈놓은 땅이지만 병고치려고 야금야금 헐값에 다 팔아버려 지금도 고향 그 땅들을보면 아부지생각으로 가슴이 저민다. 내가 철이 들고 20대중반이 되었을때 운좋게도 일본 관광객이 밀어닥쳐 수년간 젊은나이에 상당히 많은 돈을 벌었을때 맨날 천날 주지육림에 빠지지 말고 헛짓하지 말고 좀 더 병환에 계신 부모님을 위해 병구환 못했던 것이 지금 생각하면 천추에 한이 된다. 그 후로 나름대로 신경은 썼지만 병든 부모밑에는 효자자식이 없더라. -어버이 살아실제 섬기기를 다하여라. 돌아가신 후이면 애닯다 어이하리. 평생에 고쳐 못할일 이뿐인가 하노라! 아직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친구들아! 좀 더 잘해드려라. 한 해가 저물어가는 길목에서 좋은 일은 커녕 그저 한심하고 생각하기조차도 싫은 일들로 친구들이 허탈해 할것같아 시선을 잠깐이라도 돌려보려고 "울 엄마"란 제목으로 하찮은 글을 올렸네. 이 순간 친구들에게 강력하게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바로 "건강"이다. 우리 부모님은 비록 농사꾼이셨지만 오로지 자식을 위해서만은 내 모든것을 희생시킨 훌륭한 분들이다. 그렇지만 한창 편할 나이에 병이들어 30년동안이나 병환에 계셨다. 나는 그저 애닯고 안타까울 뿐이다. 부모님이 내게 주신 교훈은 눈감는 순간까지 아프지 말자다. 오늘이 X-MAS이다. 나야 뭐 절에가면 스님처럼 교회가면 목사처럼 마음비우고 항상 즐겁게 살지만 연말연시에 가족과 함께 즐겁고 유익한 시간 보내시고 해는 바뀌어도 나이는 들지말고 언제나 웃으면서 좋은 생각으로 건강하게들 지내시길 바라네. 바이! 좋은 친구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