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0-22 23:11
시 ( 저 어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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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날범
조회 : 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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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일어나 펼쳐든 심창만의 시 (저 어린 것) 을 읽고 눈물을 흘리는 것은 누구 때문인가? 세월에 막막해지는 나 때문인가 ? 하루 종일 무료해 잔디만 뜯고 계시는 어머니가 애잔해선가?
저, 어린 것
무럭무럭 노시는 우리 어머니
여든을 넘기며 혼자서 논다
여덟 셈도 못하고 종이랑 논다
색종이를 사와도 하얗게 논다
젖니보다 하얀 잇몸으로 논다
내일은 찰흙을 사오고
모레는 딸랑이와 공갈젖꼭지도 사오련만
치매 앓는 어머니께 물릴 큰 젖이 나는 없다
한잠 자고 가시라 돌려드릴
누추한 자궁도 나는 없다
태교도 입덧도,
더 이상 지을 죄도 없이
잘 아는 저 아이를 어찌 보내나
잉태와 모성과 헌신을
풍선처럼 놓쳐버리고
자꾸 종이와 딸랑이와 찰흙만 만지작거리는
저 어린 것을
선산 솔밭 언 땅에 어찌 보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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