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0-29 13:59
지리산에서 가을 꽃뱀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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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상곡
조회 : 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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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산행 버스에 도착한건 새벽 6시 30분경으로 내가 일등 도착이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몇분뒤 몇몇 사람들이 도착했다. 아직도 버스에는 4~5명 정도 밖에 없을 때 한 여자가 올라와서는 내 옆자리가 비었느냐고 묻는다. 비었으니 앉아도 된다고 했다. 나이는 40대 후반 정도 가냘픈 몸매였다. 그 많은 빈자리를 두고 왜 하필 내 옆이지...? 음료수를 꺼내 마시고는 나도 좀 먹으려느냐고 물었다. 괜찮다고 했다. .... 잠시 후 또 다른 걸 먹겠느냐고 했으나 역시 괜찮다고 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과도 알은체를 하며 몇마디 말을 섞었지만 분위기로 봐서는 그리 익숙치는 않아 보였다.
일반적으로 등산회는 나름대로 특징이 있는데 이 등산회는 가족적인 분위기는 없는 편이다. 왜냐하면 이 산악회는 등산 후 흔히 다른 차에서 주는 하산주나 음식 제공이 일체 없다고 했다. 비용도 같은 지리산 성삼재=> 노고단=>피아골 코스를 다른 산악회에서는 2만 5천원에 저녁밥, 하산주 까지 주는데 이 산악회는 3만원에 아무 것도 주지 않으니 제법 독특함을 자랑하지만 개인성이 강할 것은 뻔하다.
어쨌거나 멀리 지리산 까지 와서 처음 보는 여자와 함께 이리저리 얘기 나누기 싫어서 산행 시작 부터 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 버렸다. 사람은 지천으로 많았다. 좁은 산길에 서로 부딪히며 꾸물꾸물 걸어갈 수 밖에 ... 단풍은 정상에는 이미 지고 계곡에는 좋았다.
저녁 5시경 차에 도착했다. 나는 처음 앉았던 자리에서 조금 뒷자리에 가서 눈을 감고 기대 있었는데 그녀도 도착하여 다른 남자에게 마실것을 권하고 친절한 체를했다. 뒤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원래의 자리로 가라고 강요하여 어쩔수 없이 다시 그녀의 옆으로 가서 눈을 감았다. 부산으로 오는 동안 3시간 정도 나와는 한마디도 없었다. 뒤에 앉은 두 남자도 서로는 처음인 모양인데 산에 대하여 계속 얘기를 나누더니 그 중 한 남자가 틈을 보아 내 옆의 여자에게 말을 붙였다. 어디 내리세요? 서면롯데백화점이요. 나도 서면 내리는데 국수나 한그릇 하고 갈래요? 그~럴까요.
나도 지하철을 갈아타기 위해 롯데백화점 앞에서 내렸지만 그 둘은 등산 가방을 둘러맨채 화려한 도시의 불빛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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