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1-27 14:11
위령의 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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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상곡
조회 : 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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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의 달>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
“이 미사는 돌아가신 ooo, ooo, ooo씨를 기억하면서 올리겠습니다.”
“생각과 말과 행위로 많은 죄를 지었으며 자녀의 의무를 소홀히 하였나이다. 내 탓이오! 내 탓이오! 내 탓이옵니다.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그리스도께서는 저희를 불쌍히 여기시어 ... 자비를 베푸소서!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님, 자비를 베푸소서!”
....저 젊은 사제는 목소리 부터가 언제나 평화롭고 욕심의 군더더기가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느새 내 마음도 고요해진다.
형님의 위독함을 알려 온 것은 일요일 오후 4시경, 나는 테니스를 치러 갈까하고 준비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그리고 수연이가 울먹이며 아빠가 위독하다고 말했다. 그런 전화를 받으면 왠지 오히려 마음이 냉정해지는 것을 순간적으로 느끼는 것은 무엇인지? 이제 기어이 때가 왔구나. 몇 년을 치매로 고생하시는 사정을 잘 아니까 지난 가을에 나 혼자 병문안을 갔었을 때 거의 해골이 다 되어 이제 살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느겼었는데......
입원실에 들어서니 독방 작은 침대위에 누워있는 환자의 모습은 백골이기도 했지만 숨이 매우 가빴다. 맥이 잘 잡히지 않고 변하고 있었다. 한번 또 한번 숨쉬는 것이 어려웠다. 누나와 함께 들어갔는데 나는 어쩔줄을 몰라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누나가 가까이 가서 손을 잡고 팔다리를 주물렀다. 그러자 다리와 팔을 저으며 반기는 것인지 경련이 일어나는지 마지막 몸부림인지 알수 없는 행동이 이어졌다. 그러나 분명히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누나와 내가 왔다는 것을 알아보고 알은 체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직감으로 느낄 수 있었다. 나도 형님의 손을 맞잡아 주며 한참을 바라보다 속으로 말했다.
“형님, 이제 마음 놓고 가셔도 괜찮습니다. 저 아이들이 저렇게 장성하여 제 나름대로 잘살고 있는데 뭐 걱정할게 있습니까. 그러니 마음 놓고 가세요. 그게 아이들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겁니다. 사실 말이지 아이들의 노력으로 오늘날 까지 형님의 목숨을 이어온 것 아닙니까? 아이들도 그간 많이 힘들었습니다. 형님 또한 괴롭기만 하고요.”
이제 형님의 돌아가심으로 우리 집안에 실질적 어른은 내가 되었다. 모든 집안의 결정은 내 마음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의미는 다음 죽을 차례는 나라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몇 년이 될지는 알 수 없지만 어떻든 최고 어른이 되었으니 다음 차례는 분명히 내가 되어야 한다. 즐겁고 평범하게 살다가 가는게 가장 맞는 일이다.
나는 어디서 죽어갈까? 이와같은 병원일까. 아니면 어느 촌집 안방일까. 내 아들 딸들도 가까이서 내 죽음을 바라보면서 어떤 태도를 보일까. 그러나 슬퍼하지는 마라. 인생은 누구나 가는 것이다. 그런데 주변에 많은 주검을 보니 몇 년 아프고 아이들에게 병수발을 하게 하고 나이도 좀 많아서 죽으니 자식들도 이제 가실 때가 되어 편히 잘 가셨다고 생각들 하여 그리 슬퍼하는 분위기가 적었다. 그래, 너무 길게는 말고 적당히 살다 가야 좋을텐데.... 그러나 자연은 조금도 흐트러짐 없이 잘 흘러갈 것이다. 억울할 것 하나 없고 아무도 슬퍼하지 않을 것이다. 자연의 진리는 간단하다. 세상의 모든 생명체는 한 순간도 머물러 있지 않으며 언젠가 멸한다는 것이다.
경림, 용환이가 내 주검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을 장면을 연상하니 알수 없는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옆에서 열심히 미사를 따라하는 아내가 못 느끼게... 살짝 눈물을 훔치며 눈치를 안보이려해도 자꾸만 눈물이 흐르네. ..... 죽음은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이라는 것을 이성으로 느끼는 내가 왜 이리 자식의 생각에 눈물이 나는가? 오히려 좋은 일인 것을....
“일찍이 그리스도께서는 사도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에게 평화를 두고 가며 내 평화를 주노라 하셨으니 저희 허물을 보지 마시고 불쌍히 여기시어 저희를 한 평생 평화롭게 하소서! 서로 평화의 인사를 나눕시다. 평화를 받으소서! 평화를 받으소서! 평화를 받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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