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4-12-22 22:16
어떤 수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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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날범
조회 : 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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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친구를 보면 내가 쓴 시가 생각난다. 싸서 고생할 나이는 지났건만 , 부족할 것 없는 형편에 찬 밤바람을 맞으며 경비원을 하는그를 보면 경외스럽기도 하다. 말은 번지르게 하지만 실천하기 어려운데 이 친구, 무욕을 배우려는지 하루 열두 시간씩 근무하\러 새벽에 집을 나서는 것은 고행을 통해 열반에 이르려는 수행자의 모습이다. 한결 건강해 보이고 맑아 보이는 안색, ( 내 아들 이름과 같은) 한일 , 김 도형에게 박수를 보낸다
어떤 수행
김일호
그의 수행 도량은 전봇대에서 목줄로 이어진 다섯 걸음 안이다 서푼의 시주에 눈먼 잡종은 아니라는 자존심으로 산다 무욕과 인내로 퀭하게 들어간 눈이지만 형형한 눈빛은 해탈한 모습이다 그의 수행은 뒤룩뒤룩 살진 동료 몇 잘려나간 것을 본 후 부터다 이 자릴 지키는 일은 오직 살을 죽이는 것이라며 그의 밥그릇에는 항상 눈물만큼 잔밥을 남겨 두는 고행 잊지 않는다 체력의 대부분은 눈치 살피는데 사용한다 이빨 쑤시고 나오는 손님들에게 공손히 합장하고 속없는 웃음 허옇게 내보인다 네댓 발 거릴 두고 적당히 꼬릴 흔들며 낮게 엎드려 측은지심을 유발해야 한다는 것이 오랜 수행으로 얻은 깨달음이다 시멘트 바닥에 오체투지하면서 지워버린 계급장 같은 과거, 좁고 어둡지만 이 수행 도량을 떠나면 제 평생에 다시는 머물 암자가 없는 것을 아는 그는 보름밤이면 야릇한 미소 지우며 알 수 없는 진언을 암송하고 달빛 한 타래 물레에 걸어 마음의 무늬를 짠다
( 경비원을 개에 비유했지만 경비원을 비하한 것은 아니며, 더욱 친구하고는 상황이
전혀 다르니 오해 없으시길 그냥 작품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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