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5-11-06 20:46
늙은이 걸음으로는 얼마나 걸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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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날범
조회 : 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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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에 / 윤제림
아파트 화단 앞 벤치에 동네 할머니 서넛이 모여앉아 유모차에 실려나온 갓난아이 하나를 어르고 있습니다. 백일이나 됐을까요. 천둥벌거숭이 하나를 빙 둘러싸고 얼럴럴 까꿍, 도리도리 짝짝꿍 난리가 났습니다. 배냇짓을 하는지 사람을 알아본다며 박수를 치고, 옹알이를 하는지 사람의 소리를 낸다며 아이들처럼 좋아합니다. 조금 전까지 한창이던 동남아 관광 얘기는 쑥 들어갔습니다. 할머니들은 지금 저 어린 나그네가 떠나온 나라에 대해 묻고 싶은 게 많은 모양입니다. 떠나야 할 길에 대해 알고 싶은 게 많은 모양입니다. 거기도 봄인지, 눈도 녹고 길도 좋은지. 거기까지 늙은이 걸음으로는 얼마나 걸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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