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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01-21 12:50
치과에서
 글쓴이 : 동심
조회 : 918  
단념하듯 입을 앙다물었다
ㅡ 입을 아ㅡ 벌리세요
의사가 얇은 고무장갑을 끼고 사정없이
목젖까지 끌어낸다
아! 이렇게 들키고 마는구나!
평생 버텨온 완벽한 아지트가 긴장하는 사이 무너진다
완강한 어금니의 허세도
돌 사이에 끼어 기생하던 시간의 상처도
비릿한 욕망도
때로는 치열하게 부르던 사랑의 노래도
이미 뱉어버린 독설의 뿌리도
송두리 채 뽑혀 나온다
대책 없이 눈을 질끈 감는다
ㅡ 이제 입을 다물어 보세요ㅡ
넘쳐나는 것들이 통증의 원인입니다
의사의 지시에 따라 순한 양이 되어
백지처럼 잇사이로 침 질질 흘리며
물 한 컵에 마무린 텅 빈 허공으로
저녁놀이 불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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