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4-04 13:51
벚꽃이 우는 봄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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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동심
조회 : 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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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우는 봄날에는 비가 내렸어요
보문호수에 뿌리박은 왕벚나무
검은 껍질에 써둔 당신의 이름을 흔적 없이 지우고
연분홍 날개를 덧없이 꺾어 던졌어요
아사녀가 서라벌을 떠나던 날
바람은 나를 돌려세웠고
나는 기가 막혀 울지도 못하고
허공을 움켜쥔 채 발을 동동 굴렀는데
당신은 끝내 나를 외면했어요
천 년 동안 갇혀 있던 아사달 아사녀가
봄 소풍을 나왔네요
초라한 석텁 옆에 소꿉살림 차리고
아리따운 꽃송이를 펑펑 쏟아내지만
봄비의 눈총을 견디지 못한 꽃잎이
머리를 풀고 빗속으로 떨어집니다
벚꽃이떨어질 때마다
왕벚나무에 생젖을 물리던 아사녀의 젖꼭지는
멍이 짙어지고
찰나의 만남은 모가지가 꺾여
토함산에 분분히 흩날리네요
벚꽃이 그리는 연분홍 사랑이
허망한 세월을 놓아줍니다
떨어진꽃잎 껴안고 우는 당신
왜 당신은 숨어서 우는가요
언제 나와 얼굴을 마주할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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