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7-06-04 12:25
문둥이 - 서정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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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沼岩
조회 : 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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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둥이
― 서정주
해와 하늘빛이
문둥이는 서러워
보리밭에 달 뜨면
애기 하나 먹고
꽃처럼 붉은 울음을 밤새 울었다.
(게시판이 조용하네 - 퍼다 올린다 )
다섯 줄에 불과하지만,
이 짧은 시행 속에 천형병자인 문둥이의 설움과 한이 그대로 배어 있다.
겨우 눈만 내놓고 있었으니 밝은 세상에서 온전히 얼굴을 내놓지 못하는 문둥이의 신세 – 해와 하늘빛이 서러웠을 것이다.
그 병을 이겨보고자 밤이 되면 몰래 애기의 간을 먹고,
어쩌면 죄 없는 애기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 혹은 자신의 병에 대한 고통을 견디려 밤새 울음을 터뜨렸을 문둥이.
그들이 울었을 ‘꽃처럼 붉은 울음’은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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