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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9-03-11 00:18
베트남 여행
 글쓴이 : 상곡
조회 : 371  
퇴직 기념으로 베트남의 다낭, 호이안 지역 여행을 다녀왔다. 몇 년 전 호치민시에 갔을 때 수많은 오토바이들이 교통신호를 무시하고 돌아다니는 것을 보고 베트남은 너무 후진국이고 여행의 재미가 없다고 느겼는데 경림이가 다낭은 한국인 뿐만아니라 서양 사람들도 수없이 북적거리는 도시로 낭만이 있다고 하여 다소의 호기심이 생겼다.
우리가 머물렀던 호이안의 숙소 Hoi An Ancient House Village Resort는 주변 환경이 매우 좋았다. 알 수 없는 열대식물들로 잘 가꾸어진 정원, 잡풀들로 우거진 늪지대 안에는 물소들이 풀을 뜯고 그 주변을 흰 황새들이 벌레들을 잡는 풍경, 맑고 깨끗한 소리로 울어대는 새들, “인도네시아”라는 영화의 배경이 연상되었다.

얀, 경림, 그리고 내가 자전거를 타고 리조트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한국의 오뉴월과 같은 햇살은 따가 왔으나 내 마음은 고향에 온 듯한 평안함을 즐기고 있었다. 푸른 벼가 자라고 있는 논 주변, 논 안에는 한국에서 보던 고동과 각종 벌레들이 있었고, 수없이 많은 잠자리들이 날아다녔다. 자전거를 타는 내 모습은 경주에서 가을의 벼가 누렇게 익어가는 논길을 달리던 모습과 꼭 같다는 느낌이었다. 안압지·첨성대 주변의 연꽃연못, 반월성의 잡초들, 그리고 바싹 바른 풀들 사이로 날아다니던 때때· 홍굴레 잡던 모습, 꿀밤 줍던 모습들...

유럽에서 여행 온 외국인들은 일렬로 저전거를 타고 수십명씩 줄지어 논길을 달리고 있었다. 우리도 그들의 뒤를 따라가 보았다. 그들은 논가 곳곳에 흩어져 있는 베트남 현지인들의 공동무덤에 많은 관심을 나타내며 가이드의 해설을 듣고 사진을 찍었다.

저녁에 돌아다닌 호이안의 구시가지에는 서양인, 동양인 온갖 잡종의 인간들이 흥청망청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갑자기 거리 전체가 캄캄해지면서 전기가 나갔다. 정전인 것이다. 옛날 한국에서도 자주 정전을 겪었지만 이제는 볼 수 없는 풍경인데 여기는 아직 후진국이라 정전사태가 간혹 발생하는 모양이다. Morning Glory라는 식당을 찾아갔다. 여기도 정전이라 촛불로 식탁을 밝히고 있었다. 손님은 많았다. 한국인, 서양인, 베트남 현지인 등등 여러 나라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경림이와 얀은 메뉴판을 보고 쉽게 주문했다. 옆 테이블의 외국인 모녀는 우리보다 먼저 와 있었지만 메뉴판을 보고 무엇을 주문해야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우리는 맥주와 베트남 음식을 배불리 즐겼다. 그리고 수많은 인파 사이를 돌아다녔으며 강위에 떠있는 유등과 뱃놀이를 바라보았다.

다낭과 호이안의 중간 쯤에 위치한 Naman Retreat Resort는 5성급의 비싼 숙소였다. 바닷가로 연결된 넓은 풀장은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꿈 속에서 그리던 바닷가 풀장이 여기 있었다. 풀장 가장자리를 따라 설치된 벤치에는 비키니를 입은 서양여자들과 배불뚝이 남자들이 누워서 썬텐을 즐기고 있었고 한국에서 온 젊은 여자들은 물속에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듯 곱게 화장을 하고 이런저런 포즈를 취하며 사진 찍고 있었다. 우리 가족들도 풀장 주변에서 이런저런 각도로 많은 사진을 찍었다. 수영하는 모습도 찍었다. 눈으로 보고만 있기에는 너무 진한 청색 물색갈이고 물가의 야자수 그늘이 풀장에 그대로 비치는 모습은 눈으로만 보고 있기에는 너무 아까운 풍경이라 사진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벤치에 사람들이 너무 붐벼서 우리가 들어갈 여분이 없을까 조바심했던 나의 마음과 달리 수영장에는 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있었다. 한국의 젊은 연인이 수영하거나 간혹 서로 부둥켜 안으며 물속에서 즐기다 나가고 나면 서양의 노부부가 몇 번 왕복을 하고 다시 벤치로 돌아가 햇살을 즐긴다. 수영에는 우리 가족을 따라올 만큼 수영 실력이 출중한 팀은 없었다. 아내, 경림, 얀, 용환 까지 내 눈에는 거의 물개 수준이 아닌가. 특히 요즈음 재미를 붙인 얀은 물속에서 몇 시간이고 지칠줄 모른다. 우리 가족이 물속에서 휘젓고 다니면 다른 사람들은 거의 자리를 내어주는 모습이다.

아침 일찍 바닷가에서 아내와 일출을 즐겼다. 빨간 해가 수평선 위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구름 속에 가렸던 일부가 몇 초 사이에 완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바다 위에도 붉은 기운이 넓게 퍼져갔다. 우리 인생도 저렇게 시시각각 바뀌는구나! 어떤 선택을 하든 안하든 상황은 시시각각 바뀐다. 그 때를 기다려 잘 맞춰서 행동해야 하는게 우리 인생의 성패와 많은 관계가 있겠지. 제2 인생을 시작하는 지금 앞으로 또 어떤 삶을 살아갈지 모르겠으나 인간은 살아가고 생각하는 발자취, 그 정신, 그 마음 자체가 인생이고 한송이 꽃으로 완성된 것이지 달리 무엇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순진한 학자로 살아온 지난날을 그대로 계승해야지 제2인생이라고 뭐 달리 내가 신세계를 이루겠는가? 며칠 여행이 즐겁고 살맛나게 살았던 순간이라고 느끼는 것이나, 지루한 일상이 이어지는 나날이나, 다 똑같은 인생이다. 단지 그 순간, 순간 내가 깨어있지 못함에서 오는 시간 낭비가 문제이고 작은 돈에, 작은 일상에 집착하게 되는 아집이 문제다. 욕심낸다고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며 초연해 졌다고 이루어지는 않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한발 물러서서 관조하는 마음 자세를 가져야 하고 일상의 소인배들에 대한 불평을 버려야 할 것이다. 억만금을 나쁜 행동과 나쁜 마음으로 모으면 무슨 가치가 있을 것인가? 그것은 또 그렇게 사라질 것을... 나는 이제 그것을 느낄 나이가 되었다.
여행을 하며 떠오른 생각이, 부모를 위해 바쁜 중에도 이렇게 함께해준 경림이 부부와 용환에게 매우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런 자식들이 아니라면 내가 어떻게 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부모세대 보다 한층 더 능력 있는 모습들을 보게 되어 기쁘다.
다음으로 우리의 여행을 도와준 베트남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음식만들기 프로그램에서 해설자로 만났던 키 작은 여자가 생각난다.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그 작은 체구에도 적극적인 자세로 행동하는 모습은 잊혀지지 않는다. 우리 여행을 도와준 사람은 많다. 자기 직장으로, 돈벌이 하려고 그냥 우리를 도와주었다고 생각하면 또 그만이겠지만 한발 물러서서 왠지 돈 때문만은 아닌, 내 인생에 며칠이지만 보조자로 나타났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이런 생각이 깨어 있는 삶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나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다. 앞으로 남은 날들에 깨어 있는 노력을 계속 하자고... 이런 순간의 생각이 없어지기 전에 기록해 두고, 발전시켜나가며, 습관화 하려고 노력하고자 인식하며 살고 싶다. 내 삶의 나날도 스스로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성찰이 될 것이다.

와이리 19-03-11 00:55
답변  
이 글에 등장하는
경림이는 상곡의 딸 이름이고, 얀은 상곡의 사위이고,
용환이는 상곡의 아들.........

정년 퇴임후  좋은 곳에서  가족 여행을 즐기셨구먼.   
잘 하셨수~  축하!!
海印 19-03-11 06:08
답변  
가족여행 잘 다녀오셨구나~~~

보기에 좋다.

올 겨울 추울때 베트남 며칠 놀다 올 구실과 정보를 주는구나야~~~ㅎ~~~

감사합니다.

海印導師.
西岳 19-03-11 09:37
답변  
다 낭
= 沱 㶞 (浦口 타 沱, 물흐를 양 瀼 = 㶞)
= (뜻) 강물이 흘러 나가는 포구
= Đà Nẵng
= 한국식 한자 발음 "타양"
= 타낭 (南 중국 식~ 베트남 式 한자 발음)
에 온가족이 즐겁게 행복하게
다녀 오셨네요.
상곡 김 교수님宅 家族 親和가 부럽네요.
西岳 19-03-11 10:50
답변  
會安浦
= Hội An-phố
= 會安
= Hội An
= (뜻) meeting safety comfort
= (뜻) 만나서 안전하고 편안한 포구
= 중부 포구 도시 다낭에서 29.3km 남쪽
해안의 아주 오래된 항구, 예쁨,
會安 등불축제 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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