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9-05-12 22:00
부처님 오신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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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상곡
조회 : 4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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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부처님 오신 날, 양산 내원사에 가서 비빔밥을 얻어 먹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아기 부처상에 물을 붓고 대웅전에 들어가 절을 한다. 두 손을 합장하고 기도의 자세로 정성을 모은다. 잘되게 해달라고... 온갖 종류의 사람들이 갖가지 소원을 마음 속으로 빌었을 것이다. 그 모든 소원을 성취시켜 주는게 부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오늘 젊은 신부는 “내가 원하는 모든 일들이 다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이 세상이 천당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아마 지옥일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의 진정한 뜻은 차치하고서라도 현실에서는 어느 누구의 소원과 일들만 성취될 수는 없는 것이다. 새옹지마라고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반복되어 나타나고 세상은 일렁이는 바다와 같은 곳이다.
그러면 현실로 돌아와 우리가 죽는 모습을 한번 생각해 보자. 몇 년 전 대학교 지도교수님이 돌아가셨다고 해서 문상을 갔더니 60이 넘은 아들이 하는 말, 아버지는 이렇게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치매로 병원에 누워 계시는데 아버지의 돌아가셨음도 모른 채 오늘 내일 하고 있다고... 우리들의 마지막도 그런 장면과 별로 다르지 않을 것이다. 자신의 결말을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고, 겪어보지 않은 지금이야 멋지게 사라질 것이라고, 유유히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고 얼버무리고 있는지 모르지만 결코 그렇지 못할 것이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모든 사람의 소원을 이루어 주는 게 부처라면, 종교에서의 부처를 떠나 현실에서의 인간 부처는 역시 주변의 대부분의 사람들의 요구를 들어주고 충족시켜 주려고 노력하고 애쓰는 사람일 것이다. 즉 자신의 이익은 뒤로 미루고 남의 소원과 요구를 먼저 생각하여 행동하는 사람일 것이다. 남의 요구를 들어준다는 것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가능하다. 오늘 부처님의 날을 맞아, 나도 현실 부처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닮아갈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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