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릴 적에는 설을 맞이하는 일에 많은 설레임(설렘 o)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런 설레임도 없다.
혹시나
새 옷이라도 하나 얻어 입을까
혹시나 새 운동화라도 하나 얻어 신을까
맛있는 강정을 기대도 해 보고......
이젠
새 옷도 필요 없고, 새 신도 필요 없고, 맛있는 음식도 기대하지 않고...
이게 다 나이 들었음을 뜻하는 걸 거야.
한 마디로 늙었다는 거지.
원래 우리집의 장남이기는 했지만
지금은 가장 어른이 되어 버렸다.
작년 설까지만 해도 전 부친다고 몸도 마음도 바빴었는데
지난 추석부터는 며느리가 다 하니.. 할 일도 없고.
그저
전 다 부친 다음 식당에 가서 맛있는 음식 한끼 사 주는 것 외에는... 별로~
차례를 모신 다음
어서 서둘러서 친정에 가라고 독촉이나 하고.. 기다리신다고.
딸 아이네는 오지 말라고 했고.. 며칠 후에 모처에서 또 만날 일이 있으니..
그래서 더 썰렁한지도 모르겠다.
대학 시절.. 결혼前 청년 시절에는
차례 마치면 오랫동안 못 만났던 친구들 만나기 바빴었던.. 그 생각이 난다.
그때도
우리 아버지 어머니께서는 지금 우리와 똑 같이.. 쓸쓸하셨을 거야.
그때는 몰랐었는데... 생각도 안 해 봤는데...
저녁을 먹고서
분위기 좋은 커피집에서 커피 한잔을 하고 난 뒤에
며늘 아이의 팔짱을 받은 게 이번 설의 특별한 추억이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