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날씨가 따뜻해서 집사람을 꼬드겨서 남산에 갔다.
삼불사에서 올라가서 삼릉계곡으로 내려오다가
머리없는 부처님 옆 관음보살이 보고싶어 올라갔다.
오묘한 부처님의 그 붉은 입술을 보고싶어서...
불상에는 누군가 붙여놓은 동전도 있고, 과자도 몇개있고...
근데 이건 뭐야?
옆의 오른쪽 바위와 갈라진 틈에서 돌무더기 사이로 연기가 솔솔 올라온다.
돌멩이 몇개를 집어내니 종이컵으로 싸인 양초가 타 내려가면서
종이컵에 불이붙어 타고있다.
이런...
오래전 남산 용장골에 불이 붙어 올라가는것을 건너 고속도로에서 쳐다본 생각이 났다.
얼른 허리에 찬 물병을 꺼내어 불을 끄고 종이컵을 들어내었다.
혀를 차면서 그걸 들고 내려와서 머리없는 부처님앞에
청소도구 있는곳에 박카스병과 모아두었다.
내려오면서 내내 걱징이 되었다.
저렇게 하다가 바람이라도 일어서 낙엽이라도 날아들면 어쩌겠는가?
삼불사쪽으로 건너와서 산불초소에 알리고 집으로 왔다.
집에오니 다른 걱정이 되었다.
그래 내려오다보니 물가에 세사람의 여인이 책펴고 기도를 하고있었지,
내가 그 불을 꺼서 그들의 소망에 해가 되지않았으면 좋겠다.
단지 위험하니 그 불을 껐지 그들이 잘못되라는 마음은 아니었다.
초파일에 절에가면 비빔밥을 먹고,
동지에 절에가면 팥죽을 먹는다.
나는 불자라고 내세우기 미안한 비빔밥 신자이거나 팥죽 신자다.
평소에는 절에 잘 다니지 않다가,
아들들이 학교 진학할때는
팔공산 갓바위에 가서 메달렸다.
그야말로 急難捕佛脚...
그때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을 하고,
물러나 앉으니,
옆의 아주머니가 정말 정성으로 기원을 하고있었다.
내가 다시 부처님께 합장을 했었다.
부처님 저분의 소원도 꼭 들어주십시요.
어느 늦가을날 차가운 날씨에
청잠바를 입은 의복이 좀 남루해 보이는 아저씨가
정성스럽게 기원을 하고있었다.
인간인 내가 그 정성을 알겠는데
부처님이 그걸 모르겠는가?
내가 또 주제넘게 부처님께 합장을 했었다.
부처님 저분의 소원도 꼭 들어주십시요.
부처님 오늘도 불이 걱정이었지,
그 사람들의 정성을 해할 마음은 아니었습니다.
그 사람들 간절한 소망은 꼭 이루어 주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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