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2-12-28 10:17
폭설 -오탁번- (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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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西岳
 조회 : 1,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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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앞으로 10 센치 더 온다나 바여....
> 완죠이 폭설이당께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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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 설
삼동三冬에도 웬만해선 눈이 내리지 않는
남도南道 땅끝 외진 동네에
어느해 겨울 엄청난 폭설이 내렸다
이장이 허등지둥 마이크를 잡았다.
-주민 여러분! 삽 들고 회관 앞으로 모이쇼잉!
눈이 좆나게 내려 부렀당께!
이튿날 아침 눈을 뜨니
간밤에 또 자가웃 폭설이 내려
비닐하우스가 몽땅 무너져 내렸다
놀라 이장이 허겁지겁 마이크를 잡았다
-워매 지랄나부럿소잉
어제 온 눈은 좆도 아닝께 싸게싸게 나오쇼잉!
왼종일 눈을 치우느라고
깡그리 녹초가 된 주민들은
회관에 모여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그날 밤 집집마다 모과 빛 장지문에는
뒷물하는 아낙네의 실루엣이 비쳤다
다음 날 새벽 잠에서 깬 이장이
밖을 내다보다가 앗 소리쳤다,
우편함과 문패만 빼꿈하게 보일 뿐
온 천지가 횐 눈으로 뒤덮혀 있었다
하느님이 행성만한 떡 시루를 뒤 엎은 듯
축사 지붕도 폭삭 무너져 내렸다
좆심 뚝심 다 좋은 이장은
윗목에 놓인 뒷물 대야를 내동댕이치며
우주의 미아가 된 듯 소리쳣다.
-주민 여러분 워따, 귀신 곡 하겠당께
인자 우리동네 몽땅 좆돼버렸소잉!
- 오탁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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